[사설] 노동절에 생각해보는 한국 노동운동 (경향, 5/1)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1:14
조회
348
**[사설] 노동절에 생각해보는 한국 노동운동 (경향, 5/1)


120년 전인 1886년 5월1일 시카고를 중심으로 미국 각 도시의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일제히 파업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노동자들이 사망했고, 파업을 주도한 노조지도자 5명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때 노동자들이 흘린 피를 기억함으로써 단결을 꾀하고, 노동해방운동의 상징으로 삼기 위해 제정된 것이 바로 5월1일 노동절(메이데이)이다.

‘노동’과 ‘노동자’라는 말 자체를 ‘빨갱이’의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쯤으로 불온시했던 지난 군사독재정권 시절 노동자들의 생일인 노동절은 ‘근로자의 날’이란 이름 아래 한국노총의 창설기념일인 3월10일로 옮겨졌다가 문민정부 시절인 1994년 마침내 5월1일 원래의 날짜를 30년 만에 되찾았다. 또한 한국노동운동의 상징인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최근 청계천 복원과 함께 동상(銅像)으로 되돌아왔고, 전태일 거리도 만들어졌다.

오랫동안 빼앗겼던 노동절도 되찾았고, 전태일도 ‘동의환향(銅衣還鄕)’했지만 오늘 120주년 노동절을 맞은 우리의 마음은 기쁘고 뿌듯하기보다는 오히려 우울하고 착잡하다. 그것은 우리 노동운동을 둘러싼 환경과 조건이 갈수록 척박하고 팍팍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8백5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대기업 정규직에 비해 생존의 막바지에 몰리고 있을 정도로 궁핍해지고 있고, 노조조직률은 감소하고 있으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의 지도부들은 비리와 내부 민주화 실패 등으로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노동운동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어렵고 복잡할수록 간명한 원칙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최선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아 대동단결을 이루고, 노동운동 내부의 민주주의를 굳건히 곧추세움으로써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해마다 돌아오는 5월1일 노동절이 노동의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노동자의 생일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