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사설] 현실성 없는 평택기지 군형법 적용 발상 (경향, 5/9)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1:16
조회
1369
**[사설] 현실성 없는 평택기지 군형법 적용 발상 (경향, 5/9)

국방부가 경기도 평택의 주한 미군기지 확장 이전 예정지를 침범하는 시위대에 대해 군형법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위대가 지난 주말 이전 예정지의 철조망을 훼손하고 경비군인들을 폭행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계엄하에서나 있을 법한 ‘민간인 군사재판 회부’라는 초강경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법리적으로만 보면 민간인에 대한 군형법 적용은 가능하다. 군형법은 예외적으로 간첩(제13조), 유해 음식물 공급(제42조), 초병 폭행(제55~59조), 군용시설 방화·손괴(제69~71조), 초소침범(78조) 등의 경우 군인이 아닌 민간인에 대해서 군형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리적으로 민간인을 군법정에 세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군인과 공범관계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평택 사태의 경우 현실성과 효과를 고려했을 때 민간인에 대해 군형법을 적용하겠다고 나오는 것은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방부의 주장대로 민간인을 군사재판에 회부할 경우 경찰이 군 철조망을 훼손한 민간인을 붙잡으면 헌병대에 넘겨야 한다. 과연 경찰이 그럴 수 있을 것인가. 또 재판을 진행하려면 장기간 많은 민간인들을 군시설에 수용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제기될 논란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밖에도 수많은 문제가 야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방부가 대통령의 ‘엄정 대처’ 지시 한 마디에 초강경 카드를 꺼내든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지 말라’는 말이 있다.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어떤 일을 해결하는 데는 그에 맞는 해결책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분명 참고할 요소가 있다. 평택 사태의 경우 획일적 강경대처보다는 유연한 대응이 긴요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강경대응만 외치고 있다. 검찰이 시위검거자 중 3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27명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것은 일종의 망신이다. 정부는 엉뚱한 발상으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지 말고 평화적 해결 방법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