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반미·반세계화 세 불린다 (한겨레, 5/9)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1:15
조회
1368
**반미·반세계화 세 불린다 (한겨레, 5/9)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피델 카스트로 쿠바 지도자가 표방해 온 반미좌파연대의 중남미통합운동에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정식으로 가세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29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미주대륙을 위한 볼리바르 대안’(ALBA, 스페인어론 새벽의 의미)의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3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카스트로는 서명 이후 “오늘은 우리 세명이지만, 언젠가는 라틴아메리카의 모든 나라들이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세 나라 지도자들의 나이와 역사적 경험을 들어, “3세대와 3개 혁명의 역사적 회동”이라고 말했다.

‘볼리바르 대안’은 차베스와 카스트로가 주도해 미국 주도의 자유무역협정(FTAA)에 반대해 중남미국가 간의 정치·경제·사회적 지역협력을 다지기 위해 만든, 대안적 지역통합 구상이다. 이들이 통합의 상징으로 내건 시몬 볼리바르(1783~1830)는 스페인의 식민정책에 맞서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등 남미 북부지역의 독립을 이끌고 중남미 통합 운동을 펼쳤던 남미의 전설적 독립혁명가이다.

볼리바르 대안은 무관세의 자유무역을 위주로 한 경제협정만은 아니다. 미국의 경제적 지배와 신자유주의 및 세계화 흐름에 맞설 것을 천명하고 있다. 볼리바르대안 서명 직후 세 나라 정상이 보다 구체적인 제안을 담은 2차협정에 서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쿠바는 하루 9만배럴의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제공받고 현금 대신 3만명의 의사와 전문직의 노동력, 그리고 농업생산품으로 결제하기로 했다. 쿠바는 또 볼리비아의 빈곤층을 위한 의료진과 문맹퇴치를 위한 교사들을 제공하고, 베네수엘라는 볼리비아에 석유와 함께 1억달러의 개발기금과 3천만달러의 사회발전기금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또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콜롬비아와 미국의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판로를 잃은 볼리비아산 콩을 전량 구매해주기로 했다. 베네수엘라와 쿠바간 올해 무역은 지난해보다 40% 늘어난 3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볼리비아의 볼리바르 대안 가입으로 중남미 무역공동체인 ‘안데스공동체’는 자연스럽게 와해될 것으로 보인다. 1996년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콜롬비아, 페루, 에콰도르 등 중남미 5개국이 만든 안데스공동체는 페루와 콜롬비아가 미국과 자유협역협정을 체결한 데 대해,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주 공동체 탈퇴를 공식화했으며 이어 볼리비아가 이탈한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안에 치러질 차기 대선에서 좌파 성향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페루와 니카라과, 멕시코 등도 볼리바르 대안에 가입할 후보국가로 거론되고 있다.

차베스-카스트로 주도의 반미좌파연대가 세를 넓혀가면서 중남미의 경제통합은 미국 주도의 미주자유지역지대안과 볼리바르대안 간의 세대결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지난해 미주자유무역협정 체결이 무산된 뒤 교역량이 많은 멕시코 등 9개국과 개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각개격파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남미의 경제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도 거부하면서 볼리바르 대안쪽과도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