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활성화하려면 (한겨레, 5/15)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1:17
조회
1250
**풀뿌리 민주주의가 활성화하려면 (한겨레, 5/15)
사설

5·31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오늘과 내일 이틀간 실시돼, 18일부터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1995년 부활된 이후 네번째인 이번 지방선거는 투표 연령이 19살로 낮아지고, 영구체류 자격을 얻은 뒤 3년이 지난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주는 첫 전국선거다. 또 기초의원에 대해서도 정당 공천이 확대됐으며, 이번에 뽑히는 지방의원에게는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매달 고정적인 액수의 급여가 제공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그동안 지역 유지들의 독무대가 되다시피 한 지방의회의 인적 구성이 상당히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젊고 유능한 지역 일꾼들이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등 지방자치 현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검증된 지역일꾼이 단체장, 국회의원 등으로 진출하는 정치인력의 민주적 충원방식이 정착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동안의 지방자치는 형식은 모두 갖췄으나 내용적으로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과는 거리가 멀었던 게 사실이다. 몇몇 성공적인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각종 부정부패에 연루돼 감옥에 가는 부끄러운 모습이 부지기수였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도 일부 정당에서 수억원의 공천 대가 금품이 오가는 등 적나라한 비리가 적발되지 않았던가.

이러한 부패 고리를 끊고 모처럼 조성된 지방자치의 새출발을 이루려면 유권자의 관심과 깨어 있는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명함조차 받지 않으려 한다고 한다. 이래서는 좋은 후보자가 설 자리가 없다. ‘누가 되더라도 다 마찬가지’라는 정치 무관심과 혐오야말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각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와 정책을 잘 비교 관찰해야 한다. 그럴 때만 차이가 보인다. 말만 번지르르한 후보,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으로 현혹시키는 후보를 골라낼 의무와 권리가 유권자에게 있다.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운동의 중요성은 다시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다행히 고질적인 병폐였던 돈선거는 지난 17대 총선 때부터 상당히 바로잡힌 바 있다. 이런 전례를 살려 ‘돈 쓰고 부정선거 하면 완전히 퇴출된다’는 인식이 정치권에 확실하게 자리잡도록 선관위와 검찰, 경찰 등 당국의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 금품이나 향응 제공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