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양극화(兩極化)에 대한 다산의 걱정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1:17
조회
1317
양극화(兩極化)에 대한 다산의 걱정

근래의 세상은 정말로 소란스럽습니다. ‘북핵’이다, ‘균형발전’이다, ‘자주국방’이다, ‘과거사 청산’ 등 온갖 화두들이 남발되면서 조용할 날이 없는데, 요즘에는 또 ‘양극화’라는 화두가 등장하여 모든 신문들이 대대적으로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의 격차에서 온갖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어,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사이에 교육의 격차가 심해지고 건강의 격차까지 벌어지면서 세상이 두 조각이 나는 것처럼 온통 야단법석입니다. 재벌끼리의 격차도 문제지만, 재벌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대학교수와 강사간의 격차, 부자 동네와 가난뱅이 동네와의 격차 등 양극화의 현상은 더욱 심해지는데 이걸 누가 막아서 정상적인 사회로 환원시킬 수 있단 말입니까.

다산이 살아가던 조선 후기 세상도 양극화의 현상은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양반과 상민의 격차, 관과 민의 두터운 갈등에서 알 수 있듯이, 그런 현상은 오히려 그때가 더 심했을 것임은 분명합니다. 관리들과 일반 백성들의 벌어진 그 큰 틈을 어떻게 메우고, 양반과 상민의 그 큰 거리를 어떻게 해야 메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바로 다산이 연구했던 학문의 주제였습니다.

                           넘실대는 연못에도 물고기 안 기르고
                           아동들에게 연꽃 심기 조심하라네
                           연밥 따다 관청에다 바쳐야 할 뿐이랴
                           틈만 나면 관리들이 고기 잡으러 올 일이 더 걱정이네
                           陂澤漫漫不養魚  兒童愼莫種芙
                           豈惟蓮子輸官裏  兼 官人暇日漁 <耽津農歌>

관리들과 농민의 갈등과 틈이 어느 정도였나를 이 시는 금방 증명해줍니다. 연못에 물고기를 기르다가는 관리들이 낚시질올까 두렵고, 더 두려운 일은 연꽃을 연못에 심었다가는 연밥을 관청으로 바치라는 탐학질이라니, 당시의 실정이 얼마나 심한 처지였습니까.

다산의 토지정책이나 경제정책은 어떻게 해야 분배의 공정을 이룰 수 있을까였습니다. 사·농·공·상의 사민(四民)이 어떻게 해야 평등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가 다산학의 주제가 아니었던가요. ‘양극화’라고 떠들지만 말고 한 가지라도 극단으로 치닫는 일을 막을 방법과 대안이 제시되는 세상이 와야겠지 않는가요.

박석무 드림

출처:<다산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