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교회 안 성폭력, 맹신도 겁나 이중 고통 (한겨레, 5/16)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21:17
조회
1331
**교회 안 성폭력, 맹신도 겁나 이중 고통 (한겨레, 5/16)

새길기독사회문화원 토론회

“이 성도가 내 성도 됐는지 알아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옛날에 쓰던 방법 중 하나는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래도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 또 하나는 인감증명을 끊어 오라고 해서 아무 말 없이 가져오면 내 성도요. 어디 쓰려는지 물어보면 아니다.”

이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통일선교대학 이사장인 전광훈 목사가 지난해 2천명이 넘게 모인 목회자 부부세미나에서 했다는 발언으로 개신교 온라인뉴스인 <뉴스앤조이>가 2005년 1월 22일자로 보도한 것이다. 과연 일부 보수목사들의 성 윤리가 이 정도일까.

■ 실태

최근 한의사이자 ‘함께하는교육시민의모임’ 운영위원장인 고은광순씨는 인터넷뉴스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기고한 ‘개판치는 목사가 왜 이리 많은가’란 글에서 목사들의 불륜과 성폭행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2003년 기독교신자들이 뽑은 10대 뉴스’ 중엔 불륜에 관한 것이 여섯 항목이나 포함됐다”며 서울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를 비롯한 대형교회 목사이자 한기총의 지도자급이 대부분인 ‘불륜6걸’과 함께 소녀가장을 성폭행해 강간치상혐의로 체포된 서울 강서구의 하아무개목사, 새벽기도 온 교인을 성폭행한 경기도 양주군 인아무개 목사, 고아를 양녀 삼은 뒤 13년간 성폭행해온 인천시 서구 우아무개 목사 등 수많은 성폭행 목사를 적시해 비판했다.

이 글이 나가자 70~80년대 기독청년운동가 출신이라는 유재무 목사는 반론 글을 써 “그 분들이 그런 불륜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교회와 피해자의 고소와 고발이 없는데 어떻게 하자는 얘긴가? 성도들을 선동하여 그런 목사를 몰아내자는 얘긴데 그거도 해당교회가 알아서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이번엔 한국교회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며 대안을 제시해온 새길기독사회문화원이 ‘교회 내 성폭력 토론회’를 열었다. 새길교회가 주일날 예배처소로 빌려 쓰는 서울 삼성동 강남청소년수련원에서 14일 오후 2시 열린 토론회에서는 목사들의 성폭행 유형과 원인이 집중적으로 제시됐다.

홍보연 기독여성상담소 국장은 “1998년 7월부터 시작된 상담소에 목회자 관련 성폭행이 108건이나 접수됐다”며 “통상 사회에서 실제 피해자의 6~7%만이 고소하는 것으로 비춰볼 때 접수된 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홍 국장은 “접수된 것 중엔 강간이 60%로 가장 많고, 성폭행이 38%”라며, “유형별로는 강제형 외에도 ’기도의 응답‘이라는 등의 유혹형과 ’영적 은혜를 준다’는 등의 종교체험빙자형이 있다”고 밝혔다.

■ 요원한 피해자 구제
교회 안에서 성폭행을 발생했을 때, 장로와 평신도들이 오히려 범죄자를 비호하고 평신도를 핍박해 평신도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게 된다는 점이 지적됐다.

홍 국장은 목사의 범죄가 있더라도 목사를 지킬 것이라고 무조건 비호하고 나서는 맹신도들을 이 문제를 확대재생산하는 주범으로 꼽았다.

고은광순씨는 “교회에서 평신도들이 피해자를 돕기는커녕 교회의 종을 시험에 들게 하는 음란마귀라고 비판하곤 한다”며 “아버지에게 당하면, 아버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버림받아 자기만 황폐해지는 근친상간처럼 교회 내 성폭행 피해자도 당사자만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입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인섭 서울대 법학과 교수는 “피해자가 교회의 분위기 때문에 피해를 당하고도 말할 수 없다면 그 조직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피해를 고발했을 때 그 조직이 즉각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 조직 자체가 병들어 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 피해 방지책

한국 교회 내에서 특히 성폭행이 많은 것이 가부장적인 위계구조와 맹신적인 평신도들의 자세에 기인한다는 분석에 따른 방지책들이 나왔다.

최만자 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목사의 유혹에 넘어갈 만큼 목사에 대한 여신도들이 맹신적인 태도가 문제”라며 “목사들이 병리적 조직을 방패막이 삼지 못하도록 하려면 평신도 의식이 높아져야 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영미 한신대 신학과 교수는 “미국에선 성폭행 피해자의 고소로 많은 손해배상을 해줘야 했던 교단이 솔선수범해 선교부에서 목사 안수를 받을 때 성폭행이나 성희롱을 하지 않는다는 서명을 하도록 하는데 이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성폭력은 성문제가 아니라 인권침해라는 인식과 함께 목사를 절대화하는 가부장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 가부장적 신학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교목이기도 한 정종훈 신학과 교수는 “교회법을 제정할 때 성폭력 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면직과 정직, 출교조치 등 좀더 정밀한 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