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내준 것 많은 한-미 자유무역협상 (한겨레, 6/11)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28 21:20
조회
1269
**내준 것 많은 한-미 자유무역협상 (한겨레, 6/11)
사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본협상이 일단락됐다. 모두 15개 협상 분야 중 11개는 통합 협정문을 작성했고, 이견이 큰 농업, 위생검역, 섬유, 무역구제 등 네 분야는 쟁점별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예상대로 미국 쪽의 공세적 요구는 거셌고 우리 협상단은 많은 걸 수용했다. 상대국의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현지 법인·지점 없이도 취급할 수 있도록 했고, 미국이 강하게 압박한 자동차 분야에서는 우리가 배기량 부과 기준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양보했다. 반면 미국은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요구를 정치적 걸림돌을 이유로 외면했고, 섬유 분야의 원산지 기준 완화와 조기 관세철폐는 긴급 수입제한조처 도입을 주장하며 맞받아쳤다. 대미수출의 걸림돌인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 규제도 긍정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가시적인 성과는 대미 공산품 수출액의 0.21%에 불과한 물품취급 수수료 폐지 정도였다.

이번 협상을 두고 두 나라 협상 대표는 “첫단추가 성공적으로 끼워졌다”(한국), “제때 협정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길조”(미국)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제 막 첫 협상을 시작한 마당에 손익계산서를 작성하기엔 이르다. 협정문이라는 것도 쟁점 사항의 이견을 동시에 기재한 것들이 많아 큰 의미를 두기 힘든 측면도 있다. 그러나 1차 협상 결과만 놓고 보면, 대체로 얻어낸 것보다 내준 것이 훨씬 더 많아 보인다. 우리한테 유리한 분야에서 협정문을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혹평도 나온다.

더 실망스러운 건 우리 대표단의 협상 태도다. 미국은 유리한 분야에선 구체적인 요구로 압박했고, 불리한 분야는 맞불 카드로 공세적인 방어에 나섰다. 우리는 어떻게든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는 저자세로 양보안을 내는 데 골몰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국내의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것이 주요 관건이라고 말하면서, 현지의 반대 시위는 국익을 해치는 행위쯤으로 폄훼했다.

두 나라는 다음달부터 서울에서 상품 양허안을 교환하는 등 본격적인 주고받기식 2차 협상을 벌인다. 스크린쿼터 등 협상 전제조건을 수용할 때처럼 본협상에서도 저자세가 계속된다면 결과는 뻔하다. 협정문 타결에만 목을 매는 듯한 태도로는 결코 국익을 지킬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