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세계 졸부들, “아들 딸 골라 낳자” 미국행 원정출산 봇물 (한겨레, 6/15)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28 21:22
조회
1400
\"아들을 원하십니까, 아니면 딸을 원하십니까\"
요즘들어 미국의 인터넷 웹 사이트들이나 항공사 잡지들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다.

아이의 성을 미리 알고 출산할 수 있는 미국 국내법의 맹점을 이용, 불임부부나 특정 성을 희망하는 전세계 졸부들을 유인하기 위한 일종의 호객행위로 볼 수 있다.

아들이나 딸을 출산하기 위해 미국을 찾는 고객은 전통적으로 남아 또는 여아 선호사상이 강한 나라의 돈많은 졸부들이다.

상대적으로 남아선호 사상이 강한 지역은 중국과 인도, 한국 등이고 캐나다의 경우 여아선호 사상이 강한 편.

미국의 \'선-센티넬닷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아들이나 딸을 골라 낳을 수 없도록 규제한 자국의 엄격한 법망을 피해 미국행 항공기에 몸을 싣는 임산부들 수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임산부 가족이 원하기만 하면 출산 이전에 아들인지 딸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법적 규제 미비로 인해 미국의 일부 산부인과들은 전세계 졸부들의 목표가 되고 있다.

가족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호주 출신의 로버트(30) 씨는 \"BMW 승용차 한대를 구입하는데 5만-7만달러의 거금을 쓰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출산 문제는 한평생을 좌우할 생명의 문제가 아니냐\"며 거금이 들더라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의 부인 조앤(27)은 아들 2명을 두고 있지만 여아를 희망하고 있고,지난달 미국을 방문했다. 이들 부부는 미국행 항공료를 포함, 1년 연봉의 절반을 투입했으며,최근 부인의 자궁에 여아 태아를 이식했다.

한 건당 약 2만달러(약 2천만원)를 받는 한 의사는 \'돈을 벌기 위해 윤리를 저버리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시장의 원리에 충실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로스앤젤레스 및 라스베이거스 인공수정연구소의 제프리 스타인버그 박사의 경우 자신의 웹사이트에 성감별 정보와 중국의 국기 이미지를 함께 올려 중국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는 \"태아 성감별을 거의 100% 확인시켜 줌으로써 가족의 균형을 이루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중국인들의 조회수는 한달 평균 14만회에 이르고 있다.

최근 이 병원은 중국과 독일, 캐나다, 체코, 괌, 멕시코, 뉴질랜드에서 온 여성 8명에게 태아의 성감별을 해주었으며, 12명의 새 환자들과 상담했다.

일부 예외도 있으나 고객들의 공통점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많은 졸부들이다.

이 병원에서 태어나는 아이의 성비는 전체적으로는 남녀가 50대 50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병원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 같은 아들딸 골라낳기 관행에 대한 반론도 점점 커지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이런 행위를 \'자손 개량사업\'이라고 혹평하면서 그대로 방치될 경우 미국은 아들딸을 골라낳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관광지로 변모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부모가 자녀의 머리 색깔, 눈 색깔, 농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키를 가질 것인지 등을 마음대로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유전사회센터(CGC)는 태아 성감별 관행과 상품화 추세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센터의 수저사 지수데이슨 박사는 \"사회적, 윤리적 의식 결여로 돈많은 사람들의 아들딸 골라 낳기가 성행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편 존스 홉킨스센터는 미국에서 성감별 행위가 실제 몇건이나 이뤄지는지 자료 수집에 나서 머지않아 또 한차례 윤리논쟁이 불거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