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경제교과서 이미 시장편향적” (한겨레, 6/14)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28 21:21
조회
1327
진보학계, 재계·신우익 재개정 움직임 비판
한국사회경제학회 심포지엄
전경련이 올 3월 중학교 경제교과서 〈즐겁게 배우는 체험경제〉(사진)를 냈다. 이에 앞서 1월엔 신우익(뉴라이트) 이데올로그들이 모인 교과서포럼이 〈경제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썼다. 이들은 2009년부터 적용될 제8차 교육과정에서 현행 경제교과서를 크게 바꾸겠다며 벼르고 있다. 현행 중등 경제교과서가 반시장적 반기업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사회경제학회가 13일 오후 이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중·고교 경제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삼은 자리였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열린 토론에서 장상환·정성진(이상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경제교과서가 반시장 좌편향으로 왜곡돼 있다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우선 현행 교과서는 미국 경제교과서의 체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집필자 스스로 현행 교과서가 미국의 국가경제교육협의회가 제안한 기본 개념체계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밝힐 정도다. 그것은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학파 이론을 뼈대로 하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오히려 현행 교과서가 과거보다 더 시장편향적”이라고 지적했다. 군사독재의 잔재가 남아있던 6차 교육과정의 ‘국가주의’적 요소가 현행 7차 교육과정에선 대부분 사라졌다. 경제에 대한 정부의 기능을 축소하고, 대신 시장주의 요소를 강화했다. 6차 과정에 있었던 노동문제 관련 항목은 완전히 사라졌다.

7차 교육과정이 이전과 다른 점이 있긴 하다. 합리적·윤리적 경제주체를 강조하는 서술이 있다. 신우익이 비판하는 것은 주로 이 대목이다. 장상환 교수는 “너무나 시장편향적인 현행 경제교과서의 몇몇 지엽적 사례를 침소봉대해 반시장 좌편향이라고 참주선동하는 우익이야말로 편향된 자유시장 광신도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업의 사회적·윤리적 책임’은 주류 경제학에서 강조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안현효 대구대 교수는 “기업의 윤리성을 서술한 것에 대한 비판은 제6차 교육과정 체제로 회귀하자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신우익이 원하는 경제교과서는 무엇일까. 최종민 전북대 교수는 전경련이 펴낸 〈즐겁게 배우는 체험경제〉를 통해 그 실체를 짚었다. 기업·시장 제일주의, 신자유주의, 친미개방주의에 입각한 이 책에서 “경제적 기능을 수행하는 ‘개인’은 기존 교과서의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가”로 등장한다. 노동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또한 최종민 교수는 “기업윤리를 강조하는 교과서 때문이 아니라, 기업가 스스로 그동안 보여준 비리·부정·탈법 등의 행태 때문에 반기업적 정서가 생겼다”고 짚었다. 참석자들은 반공교육의 대체물로 시장교육에 주목한 보수세력의 움직임을 우려했다. 장상환 교수는 “더 늦기 전에 진보적 학자들도 경제교과서의 민주적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