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한-미 FTA, 경제협력인가 경제침략인가 (한겨레, 3/9) (2006/06/01)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01:12
조회
994
한-미 FTA, 경제협력인가 경제침략인가 (한겨레, 3/9)

한-미 FTA 협상에 관한 미국 측 전략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역시 부시 행정부답습니다. 처음부터 초강경으로 밀어붙여 기선을 제압하는 협상전략을 구사하려나 봅니다.
언론에서는 미국 측의 전략이 \'비관세장벽\'을 없애는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관세장벽이란 공식적인 관세가 아닌 제도적 장치에 의한 무역장벽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수입과정에서 반드시 검역을 하게 되는데, 과연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위험한지 안전한지 여부를 검사해야 하겠지요. 만약 우리가 철저하게 검사를 한다면, 자연스레 미국 축산업자들은 위생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입니다. 이 때 관세와 상관없이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므로, 철저한 검역은 곧 \'무역장벽\'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비관세장벽이 완전철폐된다면 당연히 미국 축산업자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터뜨리겠지만, 국내 소비자 안전은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실제로 미국은 광우병 파동 이후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도록 압박을 가해 원하던 바를 이루어냈고, 그것도 모자라 광우병의 위험이 가장 큰 소뼈도 다시 수입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는 형편입니다.

게다가 지금 미국은 사실상의 \'치외법권\'을 요구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 자본 투자와 지적재산권 등에 대해 미국법을 적용하라는 것인데요, 이는 마치 100여 년 전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면서 일본 상인들에 대한 치외법권을 보장하라고 강요했던 것을 연상시킵니다. 세상에 이런 경우없는 요구를 들먹이는 FTA는 찾기 힘들 것입니다.
어느 정도의 법률적 완화조치를 요구하고 그에 대해 협상하는 것이 통례인데, 지금 미국은 아예 우리나라에서 미국법을 적용하라니 말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먹이면서 \"미국 시장에서 한국 투자가들이 미국 투자가들 보다 실질적 권리를 더 많이 누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호언장담하니 과연 저들이 염치를 알고나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자기네 법으로 우리 기업들의\'담합\' 행위를 호되게 내리치고 심지어는 관계자를 미국 감옥에 구속시키기까지 해놓고 우리더러는 사법주권을 내놓으라는 것입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국에 가면 미국 법을 따르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정치적 상황을 배려해 준다면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를 마땅히 용납해주어야할 터인데, 경제적으로 그다지 미국에게 큰 해가 될 것도 없는 한국산 인정 문제도 양보를 못 하겠다고 합니다. 속된 말로 우리 등골 다 빼먹고 자기들은 아무것도 못 내주겠다는 심보인 듯 합니다.

이런 식으로 협상을 하니, 지난 10 여년 동안 우리나라와 비등한 수준의 경제력을 가진 국가들과의 FTA를 하나도 성사시키지 못 했나 봅니다. 도대체 미국은 우리나라를 뭘로 알고 있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