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진승현 사건, 이번엔 ‘범털 게이트’ 되나 (경향신문, 3/3) (2006/06/01)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1 01:10
조회
1231
진승현 사건, 이번엔 ‘범털 게이트’ 되나 (경향신문, 3/3)

죄를 짓고 교도소에 가더라도 특별한 대우를 받는 정치인, 고위 관료, 기업인, 조폭 보스 등을 속어로 ‘범털’이라고 한다. 돈도 없고 면회객도 없는, 그야말로 별 볼일 없는 일반 재소자는 ‘개털’이다. ‘범털’에 관한 얘기는 소설이나 영화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대한민국 범털사’를 새로 써야할 사건이 발생했다. 2002년 거액 불법대출과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은 진승현씨가 9차례나 형집행정지를 받아 최근 3년간의 수형생활 중 5개월을 제외하고는 교도소 밖에서 지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진씨에 대한 형집행 정지 사유는 ‘뇌종양의 악화로 인한 긴급 수술’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진씨가 입원치료를 받은 기간은 고작 5개월이었고, 곧바로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중병이라는 뇌종양 운운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목숨이 위태롭다던 재소자가 병원이 아니라 백주대로를 활개치고 다닌 것이다. 엄청난 힘을 가진 비호세력이 없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즉각 전면조사에 착수해 수상쩍기 짝이 없는 9번의 형집행정지에 관여한 내부 인사들이 누구인지 가려내야 한다. 진씨는 현재 구속수감 중인 ‘거물 브로커’ 윤상림씨를 통해 고검장을 지낸 김모 변호사를 소개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변호사가 실제로 친정인 검찰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는지, 그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는지 명명백백하게 규명돼야 한다.

교도행정의 난맥상도 시급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진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여주교도소장 직권으로 서울시내 어느 종합병원 특실에서 지내고 있다. 멀쩡한 재소자가 교도소가 아닌 호화병실에서 유유자적하고 있는데에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진씨 같은 ‘범털’에게는 일반인이 꿈도 꾸지 못할 특혜를 베풀고, 힘 없는 여성 재소자 등 ‘개털’들은 성추행이나 하면서 ‘교도(敎導)’ 운운하는 것은 너무나 낯 뜨거운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