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가난하면 학교에 다니지 말라는 교육당국 (한겨레신문, 3/3)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1 01:10
조회
982
가난한 고교생이 수업료를 내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어떻게 물어야 하나? 경기도교육청은 이렇게 답했다. “학생이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된다.” 그래서 지난달 22일 수업료 미납 학생에게 출석정지를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안을 확정해 도의회에 상정했다. 끔찍한 결론이다. 고교 교육과정은 사회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과정이다. 누구나 밟는 이 과정을 밟지 못한다면, 그것은 벌에 해당한다. 벌은 지은 죄로 말미암아 부과된다. 학생은 무슨 잘못을 했을까.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게 죄다. 고교 과정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학생은 부모 세대보다 더 가혹한 가난의 멍에를 지고 살 것이다. 당대에서 끝나지 않는 천형이다.벌칙 조항이 없어 수업료를 고의로 떼먹는 경우를 걱정했을 수 있다. 그러나 수업료 미납은 학생이 아니라 학부모의 문제다. 고교생에게 스스로 벌어 학교에 다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경기도교육청은 “납부를 독려하기 위한 상징적인 조항”이라고 둘러대지만, 2003년 경남 창원의 한 고교에선 무려 103명에게 출석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서울이나 인천시교육청도 이런 조례 제정을 추진했다고 한다. 여론이 나쁘자 주춤하고 있지만 학교 재정을 우려한 일선 학교의 요청은 계속된다. 그렇다고 이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교육 당국은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 규모를 2003년부터 사실상 동결시켰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줄어들고 있다. 계속된 불경기로 파산 상태의 가정은 더욱 늘었다. 고교 교육은 최소한의 복지다. ‘인적자원 개발’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당국은 출산을 장려한다고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다. 어렵게 배우고 성장한 아이들이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