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여성차별은 선·후진국 따로 없다” (한겨레, 3/9) (2006/06/01)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6-06-07 01:11
조회
1025
여성차별은 선·후진국 따로 없다” (한겨레, 3/9)

1857년 미국 뉴욕의 의류공장 여공들이 작업조건 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거리로 뛰쳐나갔다. 9년 뒤엔 필라델피아에서 봉제공장 여공들이 미성년자 고용 금지와 여성 참정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독일 노동운동 지도자 클라라 제트킨은 1910년, 이들 시위가 벌어진 3월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정할 것을 제창했다. 그로부터 100년 가까이 지난 오늘 여성의 지위는 얼마나 나아졌을까?

유엔(UN) 여성지위위원회가 이날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여성의 지위는 아직도 ‘지구의 절반’을 대표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보고서는 “여성의 대표성이 적절하게 반영되려면 적어도 의회 의석의 30%를 차지해야 하는데, 이를 이룬 나라는 유엔 191개 회원국 가운데 20개국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의회 진출 비율은 1975년 10.9%에서 지난해 16.3%로 올랐을 뿐이다.

유엔은 적어도 2040년은 돼야 이 비율이 전세계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여성의 의회 진출 비율은 르완다가 48.8%로 가장 높다. 스웨덴(45.3%)과 노르웨이(37.9%), 핀란드(37.5%), 쿠바(36%)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영국은 18%에 불과하다. 아랍 국가들은 8% 수준을 맴돌고 있다. 여성이 최고지도자에 오른 나라는 더 적어 유엔 191개 회원국 가운데 12개국에 그친다.

여성 노동력에 대한 차별도 여전하다. 선진국과 후진국,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정규직 여성의 소득은 남성 소득의 51%에 그친다. 이탈리아에서 여성 경영자는 5명 가운데 1명 정도다. 영국 금융 분야에서 여성의 평생소득은 남성의 그것보다 97만 유로나 적다. 기술·공학 분야에서 여성의 비율도 14.5%에 불과하다. 바바라 토마스 영국 원자력기구 의장은 <인디펜던트>에 “여성들은 지금도 학교와 직장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낮은 대표성은 빈곤과 유아사망률, 문맹률을 낮추려는 유엔의 ‘밀레니엄 개발 목표’ 달성을 제약한다. 현재 12억 명에 이르는 전세계 빈곤인구의 70%가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여성은 1분에 1명 꼴로 임신과 출산에 따른 복합적인 증세로 죽어간다. 7억 명의 여성이 적절한 음식과 물을 제공받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성의 에이즈 감염 속도는 남성의 그것보다 빠르다.

유엔은 여성의 지위 향상이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경제·사회적 도전을 극복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여성의 권리를 신장하는 정책보다 더 나은 정책은 없다”며 “세계가 지금 당장 그 첫걸음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