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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전망(기사모 6월 모임)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0-06-26 21:18
조회
1482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민간단체의 활동방향

발표 : 황인성(기사연 연구실장)

1. 남북정상회담이 갖다 준 충격과 감동

6월 13일~15일까지의 정상회담은 그것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였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킨 그 근저가 무엇인지 궁금하였다. 오랫동안 반공 아니 멸공교육을 받았던 사람들이 느끼는 감동의 뿌리를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의 통일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한 주요한 이유중의 하나는 의외성일 것이다. 현재 북한의 실질적인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항까지 나와서 영접을 하는 것이나, 예의있는 모습이나, 개방적인 태도, 그리고 수많은 환영인파는 남한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의외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반세기 동안 갈라진 채, 적대감을 가지고 상대방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그들도 우리와 한 핏줄이요, 한겨레요, 한나라였음을 확인하는 가운데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다. 이러한 감동의 근원에 대해서 다시 정리해보면 그것은 우리가 북한에 대하여 가지고 있었던 맹목적인 적대감과 일면적인 편견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통일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힘으로 작용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2. 정상회담의 성과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가져온 구체적인 성과는 대략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의 개선과 실질적인 성격변화의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것이다. 그 동안 남과 북은 상호긴장과 적대관계를 자기 체제강화의 기반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적대적인 공생관계가 아니라 공존공영을 통한 복지국가로의 발전을 내다 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이러한 발판이 마련되었음에도 여전히 남한과 북한이 합의한 내용을 실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고, 남북한의 협력관계를 경계하는 주변정세도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분단 50년만에 처음으로 남과 북의 지도자가 만나 대화를 하였다는 것은 남북 양측의 지도부가 신뢰조성과 협력의지를 확인하면서 기본적인 인간관계를 회복하며, 균형발전을 위한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교류의 실질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은 앞으로 통일을 논의하고 준비하는 단계로의 발전을 예시해 주고 있다. 즉 통일의 원칙과 방법에 대한 국민적 논의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남과 북 양측 모두 흡수통일이나 적화통일 노선을 포기하고 상호인정하는 가운데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점진적인 평화 협상통일을 이루어나가야할 것이다.
둘째,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의 계기가 되었다. 지난 세기의 산물로 남아있는 한반도 냉전체제의 해체는 긴 시간과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하는 과업이다. 냉전종식과 더불어 남북평화시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상호실체를 인정하고, 더 이상 한반도에서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되며 무력으로 통일한다는 것은 쌍방간에 손실만을 일으킬 뿐이라는 것을 공감함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한반도의 냉전체제는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가의 역학관계에서 가능한 것이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와 외교관계를 확보한 남한과는 다르게, 일본과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한 북한에게 이번 정상회담은 북미, 북일 관계를 개선하는데 긍정적 기여를 하게될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가와 남과 북이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냉전체제의 양쪽 진영의 최첨단에서 대립하던 고착된 질서를 균열시키고 동북아 질서의 다자화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대미 의존적이었던 남한의 외교에 대한 국민적 재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결국 냉전체제의 해체는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가와 남과북 내부의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총체적인 과정인 것이다.
셋째, 남북정상회담은 인도적 문제 해결과 교류협력 활성화를 통한 민족공동체 회복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3. 향후 과제

앞으로의 과제도 몇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냉전적인 제도와 의식의 청산이다. 그동안 남한 사회에서는 남과 북이 동북 아시아의 양쪽 진영의 최첨단으로 대립해 있는 상황에서 억압적 질서와 왜곡된 의식이 팽배해 있었고, 아직도 그 영향력을 상당한 부분에서 끼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제도와 의식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평화 교육이 필요하다.
둘째,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이다. 한반도의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해서 우선 주한미군 문제를 재정립해야 한다. 남한에 주둔해 있는 미군이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 어떠한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지난번 제5회 통일마당의 발제자였던 이종석 박사(세종연구소)는 주한미군의 문제는 한미간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현재 한반도에 주둔해 있는 미군이 작전권과 지휘권을 가지고 있기에 실제적인 무력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주한미군의 문제는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이 주한미군의 감축, 지위변경, 철수 등을 공동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미, 일의 대북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외교관계를 정상화함으로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남북간의 군비경쟁 금지를 즉각적으로 요구해야 하고,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점진적인 군비감축을 해야 할 것이다.
셋째,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기반 조성이다. 남북정상회담으로 통일에 대한 실질적인 기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을 바탕을로 통일의 과정과 방법에 대한 국민적인 토론과 합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일차적으로 합의된 국가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의 문제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실사구시적인 접근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통일과정 가운데 진행되어야 할 일은 남북경제협력과 사회문화교류이다. 이중에 경제협력 문제는 앞으로 심각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문제이다. 특히 북한의 기반시설 건설에 대한 자금을 어떻게 조성하고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평화정착과 남북한의 공동번영을 위해서는 통일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국민이 인식해야 하며, 남북의 미래에 대한 사전 비용 지출임을 자각할 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토론>>>

남북정상회담이 가시적으로 이루어낸 성과는 통일의 과정에서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남북의 냉전상태를 자기 이익의 조건으로 삼고 있는 남한 내부의 여러 단체와 인사들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밟아나갈 것인가에 대하여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통일과정은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통일의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총론적이며, 포괄적인 문제해결 방식보다는 우선 해결 과제를 선정하고 단계적으로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한반도의 냉전체제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포괄적인 해결을 지향해 나가야 하지만, 일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이 합의하고 지지할 수 있는 문제들을 발굴하고,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발판으로 삼아 통일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현재 남북정상회담이후 국민들의 관심사로 대두하고 있는 것은 국가보안법 문제로 보인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느냐, 수정하느냐의 문제는 현재 여러각도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앞으로 통일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민간단체 차원에서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 우선 통일을 준비하는 민간단체들의 활동이 실질화되어야 한다. 선언서나 성명서 위주의 통일활동보다는 현재 남북한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자료를 가지고 분석하며, 개별 단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을 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할 것이다. 역시 종교단체에서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해 나가는 할 것이다. 또한 기업간에서 이루어지는 경제협력 논의도 검토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기업들은 자신의 생리상 최대의 단기적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모색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하여 지적하고, 적절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의 선교단체들의 문제도 심각하게 부각될 것이다. 정상회담이후 보수교회들은 북한의 종교자유 문제를 요구할 것이며, 북한선교단체들은 더욱 가속적으로 일을 진행해 나갈 것이 다. 북한선교단체들의 중구난방식 선교는 통일과정의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교통정리가 되어야 한다. 가능하면 북한선교에 대한 범교단적 협의회를 구축하여, 북한 선교 원칙이나 협약과 같은 북한선교 정책선언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김대중 평양 방문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은 남북한의 신뢰회복에 중요한 상징적인 행사가 될 것이다. 현재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한 답방 문제는 2가지가 걸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신변보호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 답방 장소를 서울이 아닌 제주도에서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변보호와 더불어 남한의 환영인파가 평양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환영하는 인원만큼 될 것인가도 북측에서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촉구하고 환영하는 분위기를 범종교적으로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은 통일 교육의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기에 범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가칭)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정상회담을 촉구하고 환영하는 범국민 위원회의 구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의 통일과정에서 이질감을 극복하고 동질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세계교회협의회에서 에큐메니칼 운동을 진행하면서 생산해낸 결과물은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해준다. WCC의 Faith and Order 위원회에서 교회일치를 위하여 3단계의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비교교회론, 주어진 일치의 확인, 가시적 일치가 그것이다. 남북의 통일과정에서도 남과 북의 양쪽의 체제를 비교하여, 이미 주어진 남북 양측의 동질감을 확인하고, 가시화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남과 북의 이질적인 언어에 대해서도 당연한 사실로 인정해야 하며, 오히려 문화적 다양성을 통하여 보다 창조적인 문화를 생산할 수 있는 바탕으로 수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통일의 과정을 통하여 자기 이득을 챙기려는 집단에 대하여서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현재 북한과 가장 원할한 접촉을 하고 있는 것은 현대와 더불어 통일교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집단들이 기존의 북한 접촉을 바탕으로 자기들만의 이익을 도모하려고 하는 것도 예의 주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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