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동향

2004 기독교사회포럼 선언문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05-01-18 23:43
조회
1136
역사를 새롭게 하시는 그리스도의 뒤를 따라 사회선교의 현장에서 흩어져 일해 오던 사회선교 활동가들, 개 교회 목회자들, 평신도, 여성, 청년, 학생 등 200여명은 3월 29일부터 31일까지 감리교 일영연수원에서 “변화된 세계와 기독교사회운동의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2004 기독교사회포럼에 참여하였다. 이 포럼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40여개 사회선교관련단체들과 연구기관들로 구성된 기독교사회포럼준비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하였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지난 2박3일간의 만남과 친교, 그리고 대화 속에서 세계를 변화시키고 교회를 다시 세우시는 성령님과 함께 하였다. 우리는 이 귀한 시간동안 마음을 열고, 다양한 성격의 기독교사회운동이 지난 10여년간 수행한 실천과 성찰을 나누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전망과 그에 걸맞는 능력과 지혜를 얻고자 성실하게 토론하였다. 이에 우리는 다양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의 인식에 도달해 새로운 실천을 위한 기반이 될 사항들을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 세계는 급변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정의와 평화를 위한 창조행위에 수많은 새로운 가능성과 함께 부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특히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전세계 대다수의 인류를 가난과 절망, 그리고 폭력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며 이를 저지하는 행동에 기독교사회운동의 새로운 소명을 발견하였다. 더욱이 하나님에 도전하는 자본의 위력은 정치경제적 영역에서만이 아닌 인간 영혼 깊숙한 곳까지 그 통제의 힘을 미치고 있음을 주목하며 이에 대한 총체적이고 본격적인 대처가 절실함을 깨닫는다.
우리는 또한 이러한 세계 현실속에서 금융자본의 세계화에 대응하는 아래로부터의 세계화, 저항의 세계화, 대안 세계를 향한 열망의 세계화가 강력히 전개되고 있음을 보았다. 한국 기독교사회운동은 이 희망의 움직임이 우리를 이끄시는 성령의 활동임을 고백한다.

2. 우리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이 현재 전 세계를 상시적인 폭력과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는 주요한 원인임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이러한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은 허울좋은 ‘신앙’의 명목으로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제3세계 국가들을 이 세계에서 제거해야 할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진행된 일련의 전쟁들과 또 상존하고 있는 폭력이 불의한 것임을 선언한다. 따라서 이번 포럼에 참여한 기독교사회운동단체들은 제2차 이라크 파병저지를 위한 범국민행동을 조직할 것을 한국사회의 모든 평화운동단체들에 제안한다. 또한 우리는 평화운동이 반평화에 저항하는 소극적인 방식이 아니라 평화통일세력의 물줄기를 근본적으로 확충하는 적극적이며 창조적인 방식이 수행되어야 한다고 합의하였다. 이에 기독교사회운동단체들은 평화통일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이를 다양한 교육현장에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결의하였다.

3. 기독교사회운동은 전통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권리보호 활동에 주력하여 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세계 속에서 점점 더 커다란 고통 속에 빠져들고 있는 전 세계 민중들의 생존권을 위한 기독교의 활동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공동의 깨달음에 도달하였다. 우리는 이제 기독교사회운동이 민중과 함께 하는 활동을 약자 보호라는 소극적 차원을 넘어 민중 스스로 자율적으로 조직하고, 대안을 현실화하는 투쟁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교회 고유의 능력 개발을 요청하고 있음을 인식하였다.

4. 대안적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인권확장을 위한 기독교사회운동의 투쟁은 이제 개인의 자유권을 넘어 모든 인간의 당당한 사회적 존재를 실현하는 다양한 조건을 확보하는 사회권 확보운동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인간 기본권을 박탈당하는 상황이 엄존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호주제 폐지가 성적 평등을 향한 출발점이라고 합의하였다. 또한 우리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노동하고 생활하는 어느 곳에서라도 인간의 모든 권리가 보장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우리는 이주노동자들이 새로운 문화적 상황 속에서 추구하는 인간적인 삶을 향한 투쟁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모든 불합리한 경계를 무너뜨리는 성령께서 함께 활동하심을 고백한다. 또한 우리는 신념과 신앙에 의한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이 존중되어 대체복무제와 같이 그들의 사회적 의무가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될 수 있는 제도가 시급히 시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러나 기독교사회운동은 인권문제에 관한 기독교의 모든 활동의 전제로써 뼈아픈 자기성찰이 필요하다는 현실 인식에 도달하였다. 우리는 한국 기독교에서 관행과 전통 또는 신앙의 허울 속에서 자행되는 모든 반인권적 행태에 대한 자기 죄책을 고백한다.

5. 우리는 한국기독교가 총체적으로 개혁되어야 할 상황에 있음을 공감하였다. 그러나 교회개혁과 관련하여 기독교사회운동이 당면한 문제는 한국교회의 심각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기독교사회운동 속에서도 그 운동의 발전을 방해하는 장애로 엄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들 사이의 평등과 정의, 평화의 연대인 에큐메니칼 정신을 재확인하면서, 이것이 운동을 규율하는 제도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결의하였다. 우리는 에큐메니칼 지도력은 교단과 교권의 안배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실천현장에서 하나님의 창조활동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현장지도력의 연대로 이루어져야 함을 재확인하였다. 기독교사회운동은 이와 같이 교회의 교회됨을 수행하는데 적합한 에큐메니칼 지도력을 재구성하는 문제가 보다 성숙한 운동을 위해 성취되어야 할 긴급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음을 함께 인식하였다.

6. 우리는 신자유주의 형식으로 전개되는 자본주의의 광풍은 그 물신적인 통제력을 인간 개개인의 생활세계, 나아가 무의식과 영성에까지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은 기독교사회운동이 그간 소홀히 해왔던 문화운동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부각하였다. 우리는 특히 동시대인들의 가치관과 세계에 대한 병적 태도의 대부분이 대중문화라는 장을 통해서 구성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사회운동은 대중문화의 다양한 활동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대중문화로부터 배우는 한편, 우리의 소중한 유산과 사상 그리고 실천의 성과들을 이 시대의 대중과 공유하는 방식을 개발하는 일에 비중 있는 역량이 투여되어야 한다고 합의하였다. 또한 우리는 전자 매체에 의한 커뮤니케이션 혁명이 빛과 그림자와 함께 인류의 삶 전반에 미치는 혁명적인 영향력에 주목하였다. 이 모든 상황들이 우리로 하여금 기독교와 기독교사회운동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적절한 재구성을 요청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지난 3일간의 토론과 성찰을 통하여 제기된 다양한 깨달음과 과제들을 안고 각자의 실천의 자리로 나아간다. 우리는 이번 포럼에서 함께 인식하고 깨달은 것들을 각 실천의 장에서 더욱 심화할 뿐만 아니라 서로의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공동의 노력을 통해 함께 해결할 것임을 결의한다. 또한 기독교사회포럼이 보다 심화된 내용의 형태로 매년 개최되어야 함은 물론, 토론의 내용과 합의의 성과물들이 상시적이고 대안적인 교류형태로 사회선교현장과 소통되며, 빠른 시일 안에 이를 위한 논의구조를 책임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할 것을 결의한다. 우리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하시는 그리스도를 따라 우리는 새로운 사회선교의 현장으로 나아간다.

2004. 3. 31

2004 기독교사회포럼 참석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