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이라는 자학 행위

에세이
단행본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16-08-31 00:57
조회
6277
저자 김관석
자료유형 논문
제목 무신이라는 자학 행위
간행물명 횃불이 꺼질 무렵 -?무신이라는 자학 행위
발행처 유림사
발행일 1974-11-30
간행물유형 단행본
범주(형식) 에세이
페이지 348 - 349 ( pages)
주제어 무신 자학행위 불신 고발 세속화 인간개조
첨부파일: 무신이라는자학행위.pdf

무신이라는 자학 행위

분위기라는 말은 대단히 비과학적이며 막연한 말이다. 하지만 분 위기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우리의 생활에서 빚어지는 것이며 나아 가서는 인간의 심리에 크게 작용하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우리가 사회 생활을 하는 중에 이웃끼리 서로 불신의 관계를 가 진다는 것은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요즘 우리의 생활 분위기는 적이 이러한 불신의 분위기에 뛰덮여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누가 뭐래도 도무지 믿어지질 않고 또 내가 무엇 을 말해도 남들이 믿어 주지 않는다. 사회학자 칼 만하임의 말대로 하면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굳어버리면 우리가 믿는 일의 내용 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고, 그러한 것을 믿고 안 믿 는 대상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며 유지되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된 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불신은 무신으로 번져가게 마련이다. 불신 이 악화되어 무신이 된다. 무신 상태에 있어서는 사태의 내용이 어 떠한 것임을 검토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덮어 놓고 믿지 않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 정치,심지어는교계의 현실이다. 그러므로 불신은 믿는 대상에 대한 검토, 연구의 결과에서 이루어진 것이지만 무신은 그러한 구차스런 일을 포기한 심리 상태라고 할 것이다. ’ 우리는 지금 틀림 없이 이러한 무신이라는 자학 행위를 감행하고 있다. 이러한 자학 행위는 결국 전통적인 신념에 대한 매서운 고발 과? 터무니 없는 세속화,그리고 풍자와 익살로 얼버무려 버리며 나아가서는 고유의 가치 관념을 여지 없이 짓밟아버리는 결과를 초 태한다. 그리하여 무엇을 번의하였느냐가 문제가 되지 않고 번의하 는 일 자체에 대한 무신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형편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사태에서 올바론 인간 관계를 도로 찾으려면 앞으로 수십년 동안 이 나라의 정신적 지도자들의 분투가 있지 않 으면 안 된다. 인간 개조, 체질 개선, 세대 교체 등은 한낱 세만틱 의 문제에 불과하다. 자학으로 인한 부스럼이 떨어지고 이웃끼리 서로 믿으며 살 수 있는 사회를 그리는 일이 부질 없는 꿈에 지나 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