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욕

에세이
단행본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16-08-31 00:53
조회
5581
저자 김관석
자료유형 논문
제목 소유욕
간행물명 횃불이 꺼질 무렵 -?소유욕
발행처 유림사
발행일 1974-11-30
간행물유형 단행본
범주(형식) 에세이
페이지 340 - 342 ( pages)
주제어 인간 소유욕 생존 경쟁 도덕적인 저항
첨부파일: ? 소유욕.pdf

소유욕

이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나간 한 해를 돌이켜 보고 곰곰히 뉘우쳐 볼 겨를도없이, 또새해를 맞이해야할 숨 가쁜 나날을 우리는 보내고 있다. 우리의 주반을 살펴 보면, 밝 은 일보다도 어두운 일이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이러한어두 운 면을 남긴채,우리는 한 해를 보내게 되는 것을 퍽 서글프게 생 각한다. 지난 12월 18일 밤 주한 미군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미국 의 희극배우 밥'호프의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그는 그의 독특한 익살로서 맨 먼저 하는 말이 자기가 탄 비행기가 한국에 도착할 때 픽 곤란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즉 자기가 탄 비행기가 착륙 하자니 누가 벌써 활주로를 훔쳐가서 도저히 착륙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단순한 익살이라고,웃어 넘길 수도 있었지만 나 는 무언가 마음에 섬뜩한 느낌을 가졌다. 도둑이 많은 나라라는 뜻 이겠다. 아닌게 아니라 그로부터 이틀 후 신문에는 어떤 미군이 운 전하는 자동차에서 유도탄의 부속품을 감쪽같이 도둑을 맞았다는 보 도가 실렸다. 밥-호프의 익살이 익살로만 그친게 아니라하나의 사 실로써 입증되었다고나 할까? 나는 이 기사를읽자선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물든 우리는 위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날치기나 강도 돌만이 우굴거리는 세상에 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금치 못했다. 두엇이든지 거저 준다면 다짜고짜로 덤벼드는 세상, 남외 것을 소 중히 여길 줄 모르는 세상, 목숨을 귀중히 여기지 않는 세상, 이러 한어두운 현실을 우리는 부정할 수 없다.

우리가 물질을 탐내고,심지어는 홈치기까지 하는 마음의 바탕을 한 차례 생활을 위한 수단이라고도 해 둘 수가 있다, 경제적으로는 핍절하고,살기 위해서 빵을 흉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 다. 그러나 우리가 이 세상에서 남의 물건을 탐내는 일을 전부 생 활을 위한 것으로 단정할 수 있을까 ?

인간은 나면서부터 소유욕을 가지고 있다. 남의 물건이면 무엇이 든지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나은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내 것으 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 인간의 본능일 것이다. 우리가 가정에서 자 녀들을 상급 학교에 입학시키고자 소위 시험 지옥이라는 절차를 겪 어나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자식의 장래를 생각 한다고도 이해할 수 있겠으나 이에 앞서서 하나의 소유욕,즉 생존 경쟁이라는 시련을 겪어가면서 무엇이든지 내 것으로만들겠다는잠 재 의식이 앞서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현대의 한국에 있어서 이 러한 생존경쟁 안에서의 소유욕의 노예가 되어있다. 무엇이든지 내 것으로 만들어야만 안심하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 아닐까 ?

어떤 어린이가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하였다. “하나님 내가 가지 고 있는 모든 것을 주님께 바치겠읍니다. 그러나 내 장난감 토끼는 떼놓겠어요.“ 우리는 누구든지 이어린아이처럼 마음의 토끼를 가 지고 있다. 현대의 물질 문명이 발달할수록 이러한 마음의 토끼 소 유욕은 더욱 커지고 강해진다. 안이한 생활의식이 강해질수록 안 이한 방법으로 곧 남의 것을 탐내고, 공짜로 무엇을 얻어서 살려는 의욕이 강해진다. 옛날 플라톤이라는 철학자는 사회적인 풍부함이 또한 사회악의 원인이 된다고 하였다.

우리의 삶의 바탕에는 우리 자신도 의시하지 못하는 동안에 공짜 정신에 침해 당하고 있다. 우리의 해방도 세계 열강 국가의 덕분이 었고 우리의 경제 생활도 외국의 무상 원조로 되어 왔다. 이러한 도움을 받아 오는 중에 우리의 정신은 어느덧 공짜 정신에 좀먹혀 왔다. 정당하게, 건실하게 노력하여서 정당한 댓가로 살림을 꾸며 나간다는 정신이 어느덧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의 실존의 바탕을이 투고 있는 것이 이러한 공짜 정신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정 도이다. 우리는 공산주의 보다도 우리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소 유욕을 공짜 정신으로써 충족시키려는 생각을 무엇보다도 두려워해 야할 것이다. 우리 자신의 힘과노력으로 얻어지지 않는 결과를 우 리가 기대한다는 정신을 자신에게서 축출해 버려야겠다. 이것이 우 리 국민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정신적 위기라고도 할 것이다. 이러 한 공짜를 바라는 욕구가 충족되어지지 않을때 우리는불만과 아울 러 패배감의 포로가 된다. 남북 통일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가 패배 의식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은 이러한 정신 상태 때문일 것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나 종교인이나 심지어는 문화에 종사하는 사 람들 가운데도 남의 것을 그대로 동땅자기 것인 것처럼 꾸며가지고 대중 앞에 나서는 사조가,도덕적인 저항을무찌르고 사람들의 마음 을 사로잡고 있다는 사실 가운데 현대의 부패의 근원이 있다고하겠 다. 참된 의미에서 말하는 여유있는생활이란언제나 금욕적인 면이 있다. 이 말을 곰곰히 생각해 본다면 무턱대고우리의 욕구를 만족 시키는 데만 급급한 생활은 진정한 사치나 호화스러운 생활이 아니 다. 거기에는 언제나 충족시킬 수 없는 불만이 따르기 때문일 것이 다. 다만 없는 것 가운테서 충족함을 느낄 수 있는 생활, 마음의 자세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