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소외와 진실

에세이
단행본
작성자
기사연
작성일
2016-08-31 20:57
조회
9766
저자 김관석
자료유형 논문
제목 언어의 소외와 진실
간행물명 횃불이 꺼질 무렵 -?언어의 소외와 진실
발행처 유림사
발행일 1974-11-30
간행물유형 단행본
범주(형식) 에세이
페이지 475 - 477 ( pages)
주제어 언어 소외 진실 방언 인간소외 본훼퍼 언어의 생명

첨부파일: 언어의소외와진실.pdf

언어의 소외와 진실

언어의 인플레 속에서 대화의 빈곤을 개탄한다는 것은 분명히 역 설적인 사실이다. 하루 종일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고나서 과 연오늘대화다운대화를 어느만큼이나했는가고자문하면 별로 보람있는 대화를 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알맹이 없는 말하자면 진실성 없는 이야기를 아무리 긴 시간 주고 받아도 결국 경험의 공 감이 없는 넋두리로 끝나고 만다. 제일 두려운 일은 소외된 언어로 대화를시도하는 일이다. 사람이 말에 얽매여서 언어의 노예가 되 는 사태가 바로 소외된 인간 생활의 실상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캐치프레이즈로 타락되어지고 있다.

아마도 방언 종교가 계속적으로 번성하는 이유도 우리 일상어의 소외 현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교회 안에서 쓰는 말, 예배에서 표현되는 말이 소외된 언어로 가득 차있게 될 때,인 간은 방언 종교의 마력에 쓸리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인간 소외의 현상은 언어 소외라는 현상에서 그 징조를 보여 주는 졌이다.

"참 오래간만이네 ! ”
"참 그래 재미가 어때 ?”
"그저 그렇지”
"사업이 잘돼나”
"그저 그래!,,

길에서 주고 받는 대화의 한 토막이다. 우리는 이러한 소외된 언 어 교환을 보게 된다.

"야 이거 오래간만이군, 훌쭉해졌네”
"높 말게,또과당이야”
"그럼 또 뱀잡았군”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지마는 이 은어로 하는 대화 속에는 생기가 있고 긴장감이 감도는 것을 느낀다.

진실을 말한다는 것은 반드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만 해석할 것은 아니다.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진실치 못한 언 어, 즉 소외된 언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의도와 행동 사이 에 있는 깊은 간격을 메꾸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생활에서 빚어지는 현대인의 고질일런지 모른다. 폴 ‘ 레만이라는 신학자가 쓴 책에서 재미있는 예화를 읽었다. 한 사람이 자동차를 팔게 되었는데 그에 게는 세 가지 행동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첫째 자동차를사는사 탐에게 그 자동차의 모든 사실을 알려 주는 일, 둘째는이와반대로 자동차에 관한 말을 일체 하지 않는 일, 그래서 그 자동차의 결함 을 사는 사람이 스스로 찾게 하는 일,세째는중립적인 입장에서 자 동차를 살 사람이 묻는 말에만 대답하는 일, 이상 세 가지라고 한 다면 어느 것이 가장 적당한 태도라고 할까? 세 가지가 다 거짓말 을 하지 않는 진실이라는 범주 속에서 다루어질 수 있을까?,자동 차에 대한 진상을 내가 아는대로 다 알려 주어도 내가 모르는 점 이 남아 있을런지 모른다. 여기에 나의 의도하는 바와 진상과의 간 격이 있다는 것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폴-레만은 이것이 현대 윤리학에 있어서 풀지 못할 난문제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불 가능을 시도하려는 학문의 오만일런지 모른다. 그것은 영원히 메꾸 ‘ 어질 수 없는 갭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비하면 본훼퍼의 말에 오히려 박력이 있다. 그는소외된 언 어의 구원은 오직 상황을 최선을 다해서 옳은 언어로써 기술하는데 있다고하였다. 이러한 말은 살아움직이는 말이요, 생명 자체斗마 찬가지로 활기있고 창조를 하는 말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진 실은 거짓의 반대어이기에 앞서 정밀한 기술을 의미한다는 것도 수 긍할'수 있는 것이다. 오늘의 우리 현실에서 기술하는데 먼저 언어의 빈곤 보다도 소외 된 언어로써 문제를 마구 처리해 버리려고 하는 조급한 태도가 엿 보인다. 신조 문제, 세계 교회 운동, 그리고 외국 신학 사상의 소 개 둥 단번에 밀어닥치는 한국 교회의 현실에서 미처 엄밀한 기술 을 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처리해 버리려는 데서 우리는 신학적 언 어.의 빈곤과 교권주의자들의 소외된 언어 처리에 한 가닥의 불안 4 을 느낀다. 소외된 언어에서 언어의 생명을 되찾는 일이 참된 권위 있는 언어를 만들어내는 결과가 될 것이다.